
상처받은 사람들은 어디서 만날까?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대화가 깊은 연결의 시작이 되곤 한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그 순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빠져든다.
하지만 상처가 상처를 부르듯, 아픈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항상 치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려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사랑에서 가장 잔혹한 것 중 하나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는 순간들이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다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을 때, 우리는 현재의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눈앞의 사람이 아무리 따뜻하게 안아주어도, 과거의 사람이 남긴 빈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는 마치 겨울바람처럼 차가우면서도 예리하게 현재를 파고든다.
세상에는 완벽하게 균형 잡힌 사랑보다 불완전한 사랑이 더 많다. 한 사람은 100을 주고 다른 사람은 30을 주는 관계, 한 사람은 미래를 그리고 다른 사람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관계 같은 불균형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붙잡는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아도, 상대가 완전히 내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온기를 놓을 수 없어한다.
이러한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착각하게 된다.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아침이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짓고, 작은 일상들을 나누다 보면 이것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은 때론 가장 잔혹하다. 쌓아 올린 추억들이 많을수록, 그것이 무너질 때의 충격은 더 크다. 일상이 주던 안정감이 허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의 공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느끼는 외로움이다. 몸은 가까이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을 때, 물리적 거리와 감정적 거리 사이의 괴리감은 더욱 선명해진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순간들, 진심을 담아 건네는 말에 대한 어색한 침묵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사랑의 크기와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을 때의 쓸쓸함은 서로를 침묵 속으로 가라앉게 한다.
사랑에는 묻고 싶지만 차마 묻지 못하는 질문들이 있다.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나요?”
“나라는 존재는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가요?”
“혹시, 그 사람이 돌아온다면 나를 떠나지 않을 수 있나요?”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뇌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질문은 단순히 대답을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답이 두렵기 때문이다. 확신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불확실함 속에서 희망을 품고 싶어 한다.
진실을 아는 것은 때로 해방이 되지만, 어떤 순간에는 짐이 되기도 한다. 차라리 모른 채로 꿈꾸는 것이 더 견딜 만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슬 퍼런 칼날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품은 채, 그 위태로움을 껴안고 사랑을 이어간다. 사랑은 달콤한 포장 속에 불안과 두려움까지도 함께 담겨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어떤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지만, 어떤 이별은 오랫동안 예고된다. 서로의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며 버티는 시간들 동안 우리는 기적을 바란다. 상대방의 마음이 변하기를, 과거가 현재보다 작아지기를, 불완전했던 사랑이 완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우리는 사랑이 끝나고 있음을.. 아니 사랑이 끝났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종착점은 언제나 이별뿐이다. 그럼에도 사랑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놓아주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 나와의 이별이라면, 그 사람을 위해 떠나 주는 것이 진짜 사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놓아준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남아 아릿하게 아프지만, 그 아픔조차 소중한 기억의 일부가 된다.
모든 겨울이 그렇듯, 아무리 춥고 길어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상처받은 마음도, 불완전했던 사랑도,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이별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뎌진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더 강해진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 사랑이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것,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그렇게 시린 겨울과 함께 알아간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의 기억이 바래가더라도, 몇 가지는 선명하게 남는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의 떨림, 함께 웃었던 순간들, 마지막 밤의 적막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나를 지금의 내가 되게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었고, 불완전한 관계도 관계였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후회할 수 없다.
사랑은 때로 겨울처럼 춥고 시리다. 하지만 겨울이 있어야 봄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아픈 사랑을 겪어야 진짜 사랑을 알아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고, 아파하고, 또다시 사랑할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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