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족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 이건 오랜 시간 누적된 학습의 결과다. 원시 시대엔 생존을 위해 물리적 위험을 피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물리적 위험 대신, 심리적 실패와 사회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회피 본능은 더 강화되고, 도전 앞에서 먼저 실패의 이유를 찾게 된다. 새로운 것, 어려운 일, 힘든 일이 눈앞에 닥치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목표를 성취하고, 누군가는 매번 포기를 반복한다. 그 차이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있다. 같은 어려움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매번 포기하는 이들은 조금만 어려워지고 복잡해져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낸다. "시간이 없어",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하고 있어", "내 능력으론 무리야"처럼 자신이 이해할 이유를 찾은 후 해당 트로피를 진열한다. 더 아이러니한 건, 명확한 근거가 없을 때조차 뇌는 창의적으로 변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마치 변명 제조기가 머릿속에 내장된 것처럼, 어떻게든 왜 이게 불가능한지 논리를 짜맞춘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논리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처럼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사람을 보면 "역시, 안 하길 잘했어.", "내가 못 해서가 아니야"라며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자축한다. 심리학에선 이런 현상을 '자기 차단' 혹은 '자기 방해'라 부른다. 스스로 한계와 문제를 만들어 목표를 향한 전진을 막고, 실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어렵고 힘든 일은 해낼 수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행동이다.
이런 자기합리화의 밑바닥엔 실패의 두려움이나 불확실성의 불편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욕구가 숨어 있다. 가령, 시험을 앞둔 학생이 밤새워 놀다 공부하지 않는 행동을 생각해 보자. 이건 점수를 못 받으면 "친구 때문에 공부 못 했다"라는 핑계를 미리 만들려는 무의식적 방어기제다. 이런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 방어막 역할은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스스로 이해하고 포기의 근거로 삼은 '안 되는 이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걸 뒤집는 것만으로도 바로 '되는 이유'가 된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는 레드오션이라 이제 성공하기 어렵다"
이미 많은 이가 한다는 건 그만큼 성공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참고할 사례가 풍부하고, 연구하고 배워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 방정식과 실패 요인을 분석해 시행착오를 줄인다면 오히려 더 유리한 환경이 된다.
"나는 아직 서툴고 경험이 없어서 안 돼."
처음은 누구에게나 서툴다. 오히려 경험이 없다는 건, 지금이야말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란 의미다. 그 서툰 과정을 통해 노하우를 얻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며, 시나브로 단단해진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실패가 훗날 같은 일을 더 잘 해낼 기반이 된다. 낯선 영역은 불편하고 자신 없어 보이지만, 성장은 늘 그 불편함 너머에 있다.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두려움만 계속 커질 뿐이다.
"내 나이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자신을 가로막는 가장 흔한 자기합리화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고, 가능성이 많은 시점임을 잊지 말자.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오히려 도전을 멈추고 성장을 멈추는 그 순간이 가장 늦은 순간이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수조를 가득 채우듯, 작은 도전과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내면의 적, 저항
더욱 아이러니한 건, 많은 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일은 어렵다며 피하면서도 "익숙한 일은 성장이 없다"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익숙한 일에는 정말 성장이 없을까?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익숙한 일은 이미 잘한다고 착각하며, 그 안에서 더 나아지려는 의지를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지금 하는 익숙한 일에서 스스로 납득할 최고의 기술력과 가치를 갖고 있는가? 익숙한 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세분화할 영역이 있고, 더 효율적이며 창의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존재한다. 결국 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삶의 변화와 도전을 미루고, 종국엔 자신의 발전을 막는 장벽이 된다.
이런 행동은 겉보기엔 자신을 지키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와 무기력만 가득 찬다. 내면의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며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바로 회피 본능 깊숙이 숨은 '내적 저항'이다. 이 저항은 교묘하게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 때론 '게으름'이란 얼굴로, 때론 '자기 의심'이란 모습으로, 또 어떤 땐 '완벽주의'나 '타인과의 비교',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란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런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험난한 길이 예정된 변화보다는, 비록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익숙하고 안전한 현실에 머물려 한다. 상상이 만든 괴물의 모습에 겁먹은 탓이다.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어 그 두려움과 맞서 보면, 상상 속에서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불안은, 자신이 마음속에서 부풀려놓은 거대한 풍선과 닮았다. 여태껏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것은, 현실이 아닌 마음속 허상이었다. 막상 그 두려움의 환상을 깨고 현실과 마주하면, 그토록 괴롭혔던 거대한 두려움의 정체가 자신이 만든 허상임을 알게 된다. 그 순간 거대했던 풍선은 바람 빠진 듯 쪼그라든다. 현실의 장벽보다 마음의 장벽이 훨씬 높고 견고했던 셈이다. 이러한 내면의 방해 세력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한 책이 있다. 스티븐 프레스필드의 《The War of Art》다. 영화 「300」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그는 이 책에서 '저항'이란 개념을 통해 창작과 자기 계발을 가로막는 내적 힘을 파헤친다. 국내에선 《최고의 나를 꺼내라》란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다가 절판된 후, 최근 《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이란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원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창작을 가로막는 내면의 적과 벌이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우리 대부분이 두 가지 삶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미처 살아보지 못한 이상적인 삶이다. 이 두 삶 사이를 가로막고 선 게 바로 저항이다. 그는 영혼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부름일수록 더 큰 저항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 저항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가 말하는 가장 흔한 저항의 형태는 '미루기'다. 우리는 내일 시작하겠다고 말하며 오늘의 도전을 미룬다. 진정한 장애물은 내면에 있다. 결국 자신을 이제껏 가로막았던 진짜 괴물은 외부의 장애물이 아닌,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회피와 저항의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를 인지하고 저항에 맞서는 순간, 진정 원하는 삶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그가 책을 통해 전하려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진정한 작가는 알고 있지만 작가 지망생은 모르는 비밀이 있다. 글 쓰는 것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힘든 일이다. 저항은 어떻게든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 걸 막으려 한다."
책은 창작이란 관점에서 쓰여 글쓰기를 예로 들지만, 사실 저항을 깨부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바로 그 행동을 하기 위한 첫 단계를 실행하는 것이다. 글을 쓰려면 우선 자리에 앉아야 한다. 운동을 하려면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 시설로 가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면 책을 펼치거나 강의를 틀어야 한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첫 단추를 채우는 것부터다.
《법구경》엔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을 정복하는 게 천 번의 전쟁을 이기는 것보다 낫다."라는 구절이 있다. 도전하지 않고 안전지대에 머무는 삶보다, 넘어지더라도 일어서며 도전하는 삶이 훨씬 더 값지고 의미 있다.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두려움보다 더 소중한 목표를 발견하면 우리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용기 있는 자는 두려움을 못 느끼는 사람이 아니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이다. - 넬슨 만델라 -"
Just Do It - 저항을 깨는 법
상상 속 괴물의 정체를 알았다고 전쟁에서 승리한 건 아니다. 이제부터 내면의 저항과 회피 본능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살펴보자.
첫 번째, 작은 도전부터 시작한다.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단번에 달성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저항이 가장 좋아하는 함정이다. 대신 작은 불편함부터 견디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평소 피하던 대화에 먼저 참여하는 것,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하나씩 배워보는 것, 익숙한 루틴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 이런 작은 도전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왜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의 뇌는 급작스러운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만 작은 변화는 뇌가 적응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성장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두 번째,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재정의한다.
김영하 작가는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은 딱 하나 있다. 자기 행동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 이것이 저항이라는 걸 인정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패나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걸 부정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실패는 우리가 도전했다는 증거이자, 다음 도전에서 더 현명하게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돕는다.
세 번째, '안 되는 이유'를 '되는 이유'로 바꿔본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변명 속엔 이미 해결책도 함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는 "천천히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다"로 재해석되고, "경험이 부족해"는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가 된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는 "성공 사례가 많아서 배울 게 많다"로 바꿀 수 있다.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같은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게 된다.
네 번째,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해본다.
일상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매일 한 가지씩 작은 도전을 해보자.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거나,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가보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티븐 코비는 "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다."라고 말했다. 편안한 상태에서는 진정한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온실 속 화초가 외부의 바람과 비를 맞지 않아 실제로는 약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회피가 편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회피할수록 더 큰 불안과 후회가 밀려온다.
시간은 도전하는 사람의 편이다.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견디고 도전한다면, 미래에는 더 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회피 본능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식하고 무의식적으로 따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 안에서 들려오는 안 되는 이유를 들을 때마다 잠시 멈추고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지금 무엇을 회피하고 있는가? 그 회피의 이유를 긍정적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도전은 무엇인가?
도전을 통해 성장한 나의 모습은 지금과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편안함에서 벗어나는 게 무서운 건 당연하다. 다만 그 무서움 너머에 진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세상의 모든 위대한 성취들은 누군가가 회피 본능을 극복하고 도전했을 때 이루어졌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도전을 시도할 힘이 있다.
1990년, 현대 무용의 전설적 거장 마사 그레이엄이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에 입국했을 때 기자가 "무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의 무용학도들에게 한 말씀을 해주십시오"라고 질문하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Just do it! (그냥 해라!)"
생각만 하지 말고,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그냥 용기 내어 시작하자.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지도 모른다. 오늘이 바로 그 시작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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