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무 살,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대의 첫 장이 열리는 시간. 그 시절의 우리는 막연한 가능성과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정의하고, 새롭게 길을 만들기도 한다.
이하영의 책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는 바로 그 ‘존중’의 선언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혼란과 결핍 속에서도 자신을 믿기로 한 한 사람의 결단이 만든 삶의 방향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은 단지 의사가 된 한 여성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서, 스무 살이라는 인생의 변곡점이 어떻게 무의식을 다시 프로그래밍하고, 그 무의식이 삶 전체의 소프트웨어를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라이프 로그다.
저자는 포항공대 공업수학과에서 의대로 방향을 틀고, 재수 시절 두 벌의 수술복을 “미래의 교복”으로 삼아 공부했다. 그 상징적인 행위 하나가 무의식에 ‘나는 의사다’라는 메시지를 각인시켰고, 이후 현실은 그 무의식을 따라 동기화되어 갔다. 결국 그는 삼성서울병원 전문의를 거쳐 10억 원의 빚을 안고 개원한 뒤, 금융·부동산 투자로 자산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 책이 특별한 건 그런 성공 자체보다, 그 성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는 데 있다. 특히 ‘마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이 책의 진짜 골자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체급론’, ‘몰입은 즐거움’, ‘심·기·체 루틴’, ‘허용의 미학’ 같은 짧은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자기 자신을 조율하는 체크리스트처럼 읽힌다. 처음부터 거창한 비전이나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목표 폐기론’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무한 가능성에 자신을 놔두는 편”이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단순한 긍정의 주문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와 감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에서 출발한다.
그 핵심은 ‘무의식 프로그래밍’이다. 우리의 생각은 무의식이 만든다. 그리고 무의식은 반복되는 이미지, 말투, 감정의 반응 패턴에 따라 구성된다. 그래서 저자는 수술복을 입고 공부했고, 매일 아침 미소를 짓는 연습을 하며 ‘감정의 체력’을 키웠다. 독서, 운동, 명상으로 대표되는 기본 루틴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무의식의 ‘에너지 저장소’를 채우는 일종의 코드 입력 작업이다. 이런 방식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은 이들에게 익숙할 수 있지만, 이하영은 그것을 감성적 직관이 아닌 ‘경험 기반의 논리’로 풀어낸다. 덕분에 자기 계발에 회의적인 독자도 이 책 앞에서는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건, 저자가 ‘부의 시작점’을 재정의한 대목이다. 돈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야 돈이 먼저 다가온다는 전제 아래, 인간관계(인간), 주거와 생활동선(공간), 일과 여가(시간)라는 세 가지 ‘간(間)’을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보여준다.
돈은 골드이고, 시간은 다이아몬드라는 문장은 그저 멋진 말이 아니다.
실제로 시간을 어떻게 쓸지, 누구와 지낼지를 정하는 것이 곧 ‘현실의 체급’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더불어 ‘부자 거지’라는 개념도 제시한다. 돈은 많지만 결핍 무의식에 사로잡혀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보다 오히려 ‘행복한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통찰은, 단순한 부의 추구를 넘어서 삶의 질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은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정리된다. 저자의 어머니가 자주 했던 말이다. 모든 상황을 일단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이 관조적 태도는, 오늘을 충실히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열심히’가 미래를 향한 긴장이라면, ‘충실히’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이완이다.
저자는 이 두 개념을 섬세하게 구분하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오늘을 열심히 산다고 해서 내일이 보장되는 게 아니며, 오히려 오늘의 작은 선택이 내일의 큰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 그 진리를 ‘충실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낸다.
물론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울림을 줄 수는 없다.
전문직이라는 초기 능력치, 강한 자기 통제력, 극단적 환경에서 살아남은 내구성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뇌과학이나 심리학 용어의 빈도에 비해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차원에 있다. 나의 무의식이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그 옷이 내일의 현실을 어떤 색으로 칠할지를 자각하는 것. 그 자각이 시작이라면, 이후의 설계는 각자의 몫이다.
결국 이 책은 단지 스무 살 전후의 청년을 위한 응원가가 아니다. 목표에 지쳐버린 직장인, 삶의 의미를 다시 붙잡고 싶은 중년, 혹은 습관의 무의식에 매몰된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선택지다. 스무 살을 존중한다는 건, 그때의 결심을 지금 다시 꺼내 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내 무의식이 입고 있는 옷, 바로 그것이 내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입기로 선택한 옷이, 곧 인생의 체급을 결정할 것이다.
'책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완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8) | 2025.08.26 |
|---|---|
| 마크 맨슨 - 신경 끄기의 기술 (6) | 2025.08.20 |
| 제임스 앨런의 - 부의 여덟 기둥 (15) | 2025.08.05 |
| 송희구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0) | 2025.08.04 |
| 트리나 폴러스 - 꽃들에게 희망을 (4) | 2025.08.01 |
오늘도 제 블로그에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